국무총리 도하 개발재원 고위급 회의 기조연설

2008.11.29(토)


의장, 대표단 여러분,


금번 개발재원회의를 주최해주신 유엔과 카타르 정부에 깊은 사의를 전합니다. 또한 어려운 시기에 국제개발협력에 지도력을 발휘해 주신 하마드 카타르 국왕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특별한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우리가 도하에 모인 이 시간, 인도 뭄바이에서 발생한 테러 행위에 충격을 금할 수 없으며,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를 대표하여 희생자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며 이러한 잔혹한 테러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는 바입니다. 뭄바이의 비극은 2001년 9.11 테러를 상기시키며, 그날은 본인이 56차 유엔 총회 의장으로 선출된 날이기도 합니다. 9.11 테러로 인해 동일 예정된 의장 선출이 하루 연기 되었으며, 56차 유엔 총회의 첫 번째 결의가 테러행위를 규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간 우리의 테러 방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러한 테러의 재현을 목격하게 되어 찹찹한 마음과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그러한 임기 초반의 비극적 사건에도 불구하고, 재임기간 중 여러 의미 있는 성공이 있었으며, 2002년 몬테레이 컨센서스는 그 중의 하나입니다. 저는 아직 얼마나 많은 세계지도자들이 몬테레이 합의 도출에 노력하였으며, 빈곤감소와 새천년개발목표(MDGs) 달성 의지로 단결하였는지를 기억합니다.


몬테레이 컨센서스 채택 이후 6년이 지난 오늘, 우리가 지나온 긴 경로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멀기만 합니다. 우리는 또한 기후변화, 에너지·식량위기, 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불안정한 세계체제 하에 개도국은 더욱 취약해지고 있으며, 최빈곤계층은 개발을 통한 삶의 질 개선의 궤도에서 이탈할 위협에 처해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다시 한번 세계화의 불균등 혜택에 대응할 필요성을 환기시키며, 불안정한 국제체제를 지속적으로 개선할 것을 요구합니다. 국제금

융체제를 개혁하여 금융안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국제사회는 협력메커니즘을 강화하여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고, 빈곤국가가 불안정한 국제체제의 피해를 부담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세계경제에서 신흥경제국의 비중 증가를 고려할 때, 국제체제에 있어 신흥경제국의 입장이 보다 더 반영되기를 희망합니다. 


의장, 


지난 수년간 많은 개도국들이 국내개발재원 동원 노력에 박차를 가해왔으며, 가시적 결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한국은 개도국이 국가 개발에 주인의식(ownership)을 행사코자 하는 지속적 노력을 지지하며, 이러한 노력을 더욱 가속화 할 것을 요청합니다. 한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저축 등에 의한 국내투자의 증가와 전략산업의 육성은 경제개발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습니다.


본인은 또한 개발재원 확대에 있어 해외 민간투자 유입의 역할이 증가해왔음을 평가합니다. 동시에 소수 국가에 이러한 해외자본 유입이 과다 편중되고 불균등 혜택이 심화되어 온 현상에 대응해야 합니다. 다자차원에서 민간재원이 최빈국 등 수요가 큰 국가로 유입되도록 노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우리는 또한 개도국의 수출경쟁력 증진을 위해 ‘무역을 위한 원조’(Aid for Trade)와 적절한 국가전략 활용을 더욱 촉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70년대와 80년대 개발 기간 동안 한국의 수출주도 경제성장 사례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국제무역은 경제개발을 촉진하고 빈곤을 감소시키는 데에 있어 주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세계무역기구(WTO) 도하 개발라운드 협상의 조속한 성공적 타결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는 어떠한 댓가를 치르더라도 현재의 위기 극복을 위해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 것은 피해야만 할 것 입니다.


본인은 몬테레이 컨센서스 이래 세계 ODA 규모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을 고무적으로 생각하며, 이러한 모멘텀이 더욱 강화되어야만 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현재의 위기로 인한 공여국의 재정적 제약이 ‘원조위기(Aid Crisis)'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에 정면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공여국들은 ODA 증대 공약에 대한 이행을 위해 행동지향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개발된 혁신적 재원 동원 메커니즘이 실질적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주목해야 하며, 본인은 더 많은 국가들이 이러한 노력에 동참하고 개발재원의 추가동원에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은 2007년에 ‘항공권 연대기금’ 이니셔티브에 동참하였습니다.


의장,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대한민국은 여타 국가들의 개발재원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기여 증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ODA의 양과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최고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으며, 2000년 이래 3배로 확대되어 현재 약 10억 미불인 ODA 규모를 2015년까지 다시 3배 증액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또한 개도국의 기회분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향후 5년간 2억 미불 규모의 동아시아 기후 파트너쉽을 출범시킬 예정입니다. 식량위기 대응을 위해 우리는 향후 3년간 1억 미불을 긴급 식량원조와 개도국의 영농기반 구축에 지원키로 공약한 바 있습니다.


개발커뮤니티와의 개발협력 강화 및 조화를 위해, 한국은 2010년까지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할 계획입니다. 우리의 독특한 개발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는 전통공여국과 신흥공여국, 그리고 협력 대상국간의 간극을 메우는 데에 기여하기를 기대합니다.


끝으로, 본인은 새로운 개발재원의 유입을 통해 개도국이 세계경제에 보다 긴밀하게 통합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전세계에서 빈곤 철폐와 지속가능개발 목표의 진전이 위협받고 있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는 지금이 MDG와 몬테레이 공약에 대한 우리의 이행 의지를 재확인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