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와 청년과의 대화 

-  2017.12.27. 서울시 마포 문화비축기지


저도 청년기를 지났고, 여러분보다 조금 나이가 많은 아들도 있습니다. 우리 아들 세대, 여러분 세대를 보면 안됐다 싶은 생각이 먼저 듭니다. 왜냐하면 예전에 청년들이 지금보다 훨씬 가난했지만 그래도 과거에는 청춘, 청년 그러면 그 앞뒤에 붙는말이 대체로 빛나는, 설레는, 열정, 도전, 희망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좌절, 아프다, 고민, 포기 등입니다. 조금 전 동영상에서도 나왔듯 지금 청년들께서 말씀하시는 그러한 모든 문제들이 잘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좌절이다 아프다 포기다 이런 수식어가 붙는 것 같습니다. 

제일 큰 게 일자리 문제입니다. 통계를 보면 청년 실업률이 9.2%입니다. 근로의 의사와 능력이 있는데도 일하지 못하는 걸 실업이라 합니다. 취직하기 싫다거나, 취직을 포기하거나, 고시공부 한다고 몇 년 째 절간에 가 있거나 스펙 휴학이라고 해서대학을 7~8년 다니는 사람, 이런 분들은 실업률 계산에서 빠집니다.그러니까 9.2%가 허수일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까지 다 합치는 체감실업률이라고 하는데, 현재 체감 실업률은 22%정도 됩니다. 청년 4~5명 가운데 1명은 실업자인 셈입니다. 이런 현상이 왜 생기는가, 청년의 좌절, 고통은 어디서 오는가 이걸 아프지만 이해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고민의 정체가 바로 거기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경제 성장률이 확연하게 둔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에 제가 자랐을 때는 제 자신은 영양실조에 걸려형편없는 상태로 군대 영장 나오자마자 군대에 갔지만, 그때는 경제성장률이 10%를 넘는 때도 있었습니다. 자고나면 일자리가 생겼습니다. 공부 웬만큼 하면 대기업 두세 개를 합격하고 어디에 갈지 고민하는 그런 시대가 있었습니다. 제 동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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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대우 양쪽을 붙고 제게 물어서 어디 가라고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성장률은 3%를 좀 넘을 것이고내년에도 3%를 조금 넘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것마저 잘했다고 합니다.그만큼 성장률이 둔화되고 일자리가 덜 생기는겁니다. 그러나 그 것뿐이 아닙니다. 일자리를 빼앗깁니다. 한 세대전에는 여성 청년들이 사회에 지금처럼 많이 진출하지않았습니다. 그러나지금은 여성 청년들이 남자들 이상으로 많이진출합니다. 실제로 고3을 기준으로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이 남학생을 역전한것이 2011년 무렵일 것입니다. 지금은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분들이 사회에 나와서 취업을 합니다. 과거 아버지 세대를 쳐다보던 남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여학생에게 일자리를 뺏기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옳지는 않지만 마음속에 그럴 수 있습니다. 일자리를 나눠서 써야하니까요.더 심각한 문제는 일자리를 기계에 뺏기는것입니다. 로봇, 앞으로얼마나 나올지 상상도 못하는 AI가 그렇습니다. 이미 산업현장에 가면 로봇이 얼마나 일을 잘하는지 모릅니다. 사람처럼 실수도 없습니다. 앞으로는 더 늘어날 것입니다. 이런 등등의 이유로 일자리는 좁아집니다. 그런데 일본은 최근 일자리가 늘어납니다. 구인자가 구직자보다 훨씬 많습니다. 일본도 저성장 시대로 들어간 지 우리보다 오래됐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진 것이 우리보다 더 오래됐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일자리가 늘어납니다. 왜냐하면 인구 구조의 차이 때문입니다. 단카이 세대라 부르는 일본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우리 베이비부머 세대보다 10년 조금 앞 서 있습니다. 우리는 1952년 이후에 베이비붐 시대가 왔고 일본은 1945년 전후에 베이비붐 시대로들어갔습니다. 일본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사회에서 거의 은퇴를 완료했습니다. 그렇다보니 일자리가 비었습니다. 그 자리를 청년들로 다 채우지 못합니다. 그렇다보니 외국 대졸자를 받아들이는데,한국의 대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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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 인기가 많습니다. 적응을 잘하고, 어학 능력이 일본 학생들보다 평균적으로 더 낫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일본 경단련, 우리 식으로 전경련 회장인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의말씀입니다. 그런데우리는 이제 베이비붐 시대의 은퇴가 이제 조금씩 시작하려합니다.그분들이 왕창 물러나려면 앞으로 10년은 더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베이비붐 세대가 우리 사회의 모든 조직의 상층부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빠져나가주지 않는 한 들어갈 틈이 제한됩니다. 뿐만 아니라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아버지 세대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세대가 정규직을 유지하기 위해서 아들에게 비정규직을 강요하는 이상한 사회가 돼 있어요. 지금부터 한 10년 정도 취업의 빙하기 시대가 계속될 걸로 전망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느냐, 정부가 여려가지 정책을 펼칠 겁니다. 그러나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선 청년 본인들이 어디까지 수용해줄 것이냐가 같이 맞물려 돌아가지 않으면 해결이 안됩니다. 청년들께서 지금은 조건이 조금 매력적이지 않더라도 도전해보겠다든가 그러면 풀릴 수 있을 겁니다. 10년쯤 후에는 베이비붐 세대가 거의 은퇴하게 되면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 겁니다. 물론 그때는 여러분의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겠지요. 여러분은 거기에 딱 끼어있습니다. 

앞으로 많은 변화가 올 겁니다. 특히 앞으로는 평생 하나의 직업에만 종사한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세상의 변화가 빠르고 직업이 끊임없이 나타났다 사라지기 때문에 앞으로는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은 역사 속에나 나오는 그런 일이 될지 모릅니다. 그래서 많은 미래 예측서를 보면 앞으로 한 인간이 인생이 끝날 때까지 몇 개의 직업을 가질지 예측도 못합니다. 10개의 직업을 거치거나 동시에 3개의 직업을 갖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많은 예측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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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것이든지 각자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저도 만약 총리 그만두면 어떤 걸 또 배워야할지 모릅니다. 취업을 하려면. 앞으로 여러분 세대는 한 개인이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돼야 하는 그런 시대가 올 겁니다. 두루두루 곧바로 일할 수 있는 정도의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끊임없이 뭔가를 배워야합니다. 힘들지만 도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때그때 쓰새가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많이 쓰이는 분야를 STEM이라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이미 STEM분야가 전체 대학생의 60% 가까이 차지합니다. 한국이나 일본은 거기에 비중이 떨어집니다. STEM은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인데, 요즘엔 거기에 Art를 더해 STEAM도 나옵니다. 이 분야가 비교적 일자리를 잡기 쉬운 분야일 것으로 사람들이 얘기합니다. 저는 그 가운데 어떤 것도 자신이 없습니다. 큰일입니다.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에 청년들이 결혼을 포기한다, 결혼하더라도 출산을 늦추거나 포기한다, 그 심정은 이해합니다. 그리고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싶다는심정도 이해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조금 청년답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언젠가 인생을 배에 비유한 적이 있습니다. 배가 제일 안정될 때는 항구에 정박해있을 때입니다. 그런데 정박해두려고 배를 만드는 사람은 없습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안정돼있으면 좋습니다. 그러나 안정돼 있으려고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바보입니다. 배는 출렁거리고 때로는 위기에 부딪히고, 항해하기 위해 만드는 것입니다. 인생도 청년, 청춘도 그렇습니다. 흔들림을 두려워하는 것은 인생을 너무 아깝게 사는 것입니다. 저는 청년 여러분께서 흔들리더라도 때로는 부딪혀서 깨지더라도도전하고 또 도전하길 바랍니다. 거기에 인생의 가치가 있습니다. 마치 비싼 돈을 들여 만든 배를 항구에만 정박해놓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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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만 추구하는 것은 너무도 인생을 아깝게 사는 것입니다. 정부가 많은 정책을 펴고자 노력하겠지만, 여러분께서 안정지향적인 생각을 갖는 한 정부의 정책은 한계가 있습니다. 어쩌면 거의 제한적인 작은 부분에 효력만 나타내고 그냥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저는 청년 여러분께서 조금 불안해도 괜찮으니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옛날처럼, 여러분의 아버지 세대, 저희 세대처럼 잘못하면 굶어죽는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실패해도 굶어죽지는 않습니다. 실패해도 여러분의 아버지 세대가 살던 주거보다 지금 주거가 좋습니다. 저는 제 방을 가져본 게 제대 후 처음이었습니다. 그 전에는 선배네 하숙집에서 공짜로 누워서 자고 친구의 자취방에서 설거지 해주는 대가로 같이 끼어 자고 그랬습니다. 이런 얘기하면 여러분께서 싫어하신다는 걸압니다. 그러나 여러분께서 너무 안정만 희구하지 말아달란 뜻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것 때문에 인생을 망치거나 하지 않습니다. 여러분 힘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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