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공관장 오찬 간담회 -  2017.12.19. 서울 롯데호텔


제가 스물아홉, 서른 살 때 외무부 출입기자였습니다. 그 때 대사,총영사님 뵈면 대단히 노숙하시고 그랬는데, 오늘 뵈니 참 젊으시네요.여러분이 본국에 오신지 벌써 이틀, 사흘 째 되시고 어제 대통령님도뵈셔서 정신적 시차도 다 극복이 되셨을 것이고 들으실 말씀도 실컷 들으셨을 겁니다. 그래서 대통령님 포함해 다른 분들이 안하셨을 말씀만 골라서 해보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20세기와 21세기의 차이는, 아주 단견입니다만 군사의 시대에서 경제의 시대로, 전쟁의 세기에서 무역의 세기로 넘어가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단지 그런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세력이 한반도 일부분에 있어서, 우리가 제대로 변하지 못하고 발목이 절반쯤 잡혀있는 이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오늘 여러분께서 공부하실 주제가 경제 외교와 개발협력이니 그에 관한 말씀 간단히 드리겠습니다. 24년쯤 전에, 일본 NHK방송이 한 인간을 놓고 다큐멘터리 방송을 한 시간쯤 했습니다.첫 장면이 송별회였습니다. 일본 주재 칠레 상무관이 본국 상무성 국장으로 영전해가는 송별회였습니다. 칠레에 저항정신이 아주 강한, 민주주의에 대한 목마름이 강했던 한 젊은이가 군사정권으로부터 반정부 인사로 몰려 일본에 망명을 합니다. 칠레의 군사정권이 꽤 오래갔습니다. 그 군사정권이 끝날 때까지 일본에서 제대로 직업도 갖지 못하고 20년 가까이 살았습니다. 그런데칠레에 민주 정부가 들어서고 그 정부가 이 사람을 주일대사관상무관으로 특채합니다. 평생 처음으로 가진 직업입니다. 그동안하고 싶었던 일을 드디어 실현합니다. 칠레 와인을 일본의 이자카야에 공급하는 일입니다. 일본에 살면서 여성들의 이자카야 출입이 굉장히 폭증하는데, 여성들은 정종이나 소주 마시는 것을 즐기지않는 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칠레 와인처럼 값싼 와인을이자카야에 제공하면 일본 여성 직장인들에게 틀림없이 인기가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칠레 와인을 이자카야에 집어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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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지 불과 2년여 만에 일본 와인시장에서 칠레와인의 수요가 2위까지 뜁니다. 프랑스 와인 다음입니다. 그 공적을 인정받고 본국 상무성의 국장으로 영전해갑니다. 그것을 위한 송별회가 그 다큐의 첫 장면이었습니다. 송별회가 끝날 즈음 그 사람은 “나는 다시 일본의 경제공사로 돌아오고 싶다”라는 말을 합니다.한 사람의 외교관이 와인같이 소비가 많은 상품의 시장 쉐어를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다는,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본국의 민주화였다는 아주 성공적인 사례입니다. 여러분을 뵈니 그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본국의 정치적 상태가 어떠냐에 따라 외교관들께서 영감과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 위축될 수도 신장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는 숱하게 많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관이신 여러분께서 여러분의 영감과 역량을십분 발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한 활동을 하시는데 어떠한 정신적 또는 물질적 제약도 여러분께 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께서 훨훨 날아다니면서 일하실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드리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주제가 경제외교와 개발협력인데, 공통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을 것입니다. 경제외교의 기본은 외교입니다. 외교를 잘하면 경제외교도 잘하는 것입니다. 무역이라든가 경제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이고도중요한 일은 그 나라와의 관계를 좋게 하는 것입니다. 주재국과본국과의 관계가 불편했을 때 무역이나 경제협력이 어떤 영향을받느냐는 것은 아마 노영민 대사가 뼈저리게 느끼셨을 것입니다.그런 일이 다른 나라에도 이번 일처럼 규모가 크진 않아도 어딘가있음직하지 않습니까. 그것을 보면 우리 외교, 대한민국 정부가무역이나 경제협력 증진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초보적이면서도 중요한 일은 그 나라와의 관계를 좋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나라에 진출해있는 기업이 불편함이 없게 하고 누구를 만나든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게 해드리고 그 나라에 가 있는우리 교민이나 유학생들이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게 해드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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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 정부의 업무 가운데 기본이고 우리 대사관이나 총영사관의업무의 기본일 것입니다. 그리고 경제외교, 기업인이나 무역상들 또 그 상대가 되는 주재국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이 긴요할 것입니다. 그것에 우리 공관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는 여러분이저보다 더 잘 아실 것입니다. 그리고 그 나라와 대한민국 사이의경제관계에 대해 상당한 정도까지 아셔야 합니다. 공관장 여러분이 발품을 팔아서 많이 다녀야 한다는 것은 기본일 것입니다. 

그것에 더해 제가 요즘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평창 성화를 위해 그리스와 불가리아를 방문했고, 서울에서 수많은 외빈들을 만납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정상회담을 마친 대통령께서 저를 만나셨고, 각국의 총리나 장관급들을 많이 만납니다. 그런데 대화의 거의 대부분이 경제입니다. 그 중에는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도와달라는 말씀을 하시기도 하지만 대부분 경제협력, 무역의 균형 얘기를 많이 합니다. 바야흐로 군사의 시대에서 경제의 시대로, 전쟁의 세기에서 무역의 세기로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그런데 대화의 신뢰를 높이는데 가장 긴요한 것이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상당한 정도의 지식을 갖고있는 것입니다. 제가 얼마나 알겠습니까만, 끊임없이 그런 화제를 꺼내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십니다. 그래서 여러분께서도 이미 그렇게 하고 계시겠지만, 시간 되시는 대로 주재국의 역사 특히현대사와 문화에 대해 그때그때 공부하실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미 여러분께서 하고 계시겠지만 잔소리처럼 말씀드립니다. 개발협력은 내년도 예산이 국민 1인당 6만원씩을 내야 하는 돈입니다. 굉장히 큰 규모입니다. 전체 액수로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초라해 보일 수 있어도, 국민 개개인의 부담액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의 부담일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앞으로 이것을 더 키워나가겠습니다. 

매사 국가 전략이 표면에 드러나는 것이 썩 아름답지는 않은일이고, 코이카를 포함한 개발협력의 담당 기관들도 열심히 연구를 하고 있지만, 우리 공관장 여러분도 그런 것을 잘 해주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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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겠습니다. 특히 저는 개도국에 대해 많이 주목합니다. 왜냐하면 마치 우리가 1970~90년대 그랬던 것처럼 개도국이야말로 경제성장의 여력이 굉장히 큽니다. 인간에게 비유하자면 마치 청년기처럼 활력이 있고 에너지가 넘쳐나는 단계입니다. 실제로 개도국 가운데 상당수 국가는 신흥국으로 커져나갈 가능성이 있는 나라들이 많습니다. 당장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동유럽, 남미, 러시아의 나라들은 이미 그런 수준에 달했습니다. 그런 나라들과 초기부터 어떤 관계를 형성하느냐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은 주변 강대국들과의 관계가 피해나갈 수 없는 짐이자 거의 운명처럼 돼 있지만 주변 강국에의 지나친 편중이 어떤 리스크를 갖는가도 이번에 뼈아프게 체험했습니다. 그런 리스크 분산을 위해서도 다변화가 필요하지만 실제로 내실 있는 경제 외교를 펴나가는 데는 그런 신흥국과의 관계를 초기부터 어떻게 잡아놓을 것인가가 매우 긴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발전단계가 아직 충분치 않은 나라에 주재하시는 공관장님들도 미래를 보며 관계를 형성해주시면 10년 또는 그 이후라도 대한민국의 효자 관계가 될 수도 있습니다. 특별히 정치적 불안이 계속된다든가,부패가 매우 심각하다든가, 그 나라의 국민들의 교육수준이 매우 낮다든가 하는 등 발전을 가로막는 중대 요인이 있지 않는 한 개도국들도 모두 신흥국 또는 그 이상으로 성장할 여력이 충분합니다. 예를 들면, 컴퓨터 등 첨단제품 중에 어떤 것은 케냐에서 생산되는 것도 있습니다. 그 정도로 우리가 이제까지 낮게 평가했을 수도 있는 국가들이 여러 분야에서 도약하고 있습니다.이런 것을 공관장님들께서 미리 포착하셔서 그 나라와의 관계를잘 형성하시면 대한민국의 지속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해오던 방식으로는 저성장 고착구조 쉽게 못 벗어납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계시는 곳 가운데 가능성이 보이는 그런 나라들과 초기부터 좋은 관계를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개발협력이 그런 안목으로도 볼 필요가 있다는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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