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국무총리 만찬 -  2018.05.15. 국무총리 서울공관


진작 모셨어야 했는데, 많이 늦어졌습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안 좋은 일로 정부가 바뀌다 보니 선배 총리님들을 모시는데 조금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정이 그렇다 하더라도, 제가 이 집으로 이사 온 게 6월 2일인데, 1년을 넘기는 건 도리가 아닐 것 같아 부랴부랴 모시게 됐습니다. 

모시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얼마나 아기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정원식, 이현재, 이홍구, 이수성 총리님 네 분은 저의 대학 은사이시고, 심지어 그 당시 총장하신 어른도계십니다. 그리고 정운찬 총리님은 제 대학 모교의 선생님이시고 고건, 한덕수, 노신영 총리님은 제가 기자로서 취재했던 어른들이십니다. 특히 제가 총리실 출입할 때 노신영 총리님께서 계셨고, 김황식 총리님은 저의 고등학교, 대학교 선배이십니다. 어디로 보나, 제가 과연 모실 수나 있는 처지인지 두려움이 생길 정도입니다.

밖에서 보시면, 더 잘 보이실 것입니다. 저희들이 얼마나 일을 어리숙하게 하고 있는지 잘 보이실 것입니다. 기탄없이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총리님들께서 건강하신 모습 뵈니 다행입니다. 특히 노신영 총리님, 때론 아버지처럼 제가 따르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노 총리님께서 주신 술을 마시고 뻗어서 제가 노 총리님 침대에서 잠이 든 적도 있었습니다. 훗날 외로움에 처한 후배에게 저도 그럴 수 있을지 저는 상상도 못할 것입니다. 그런 일들이 머릿속에 많이 스쳐지나갑니다. 

오늘 약소한 자리지만 넉넉하게 드셨으면 합니다. 

- 1 -